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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왔어? "
우리가 사귄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이젠 이별을 고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이번엔 어디 다녀왔어?"
"이탈리아! 베네치아 멋졌어!"
그저 약속이라도 한 듯, 늘 어김없이 아스카는 쥬다이가 돌아올 때쯤이면 공항으로 향했다.
도미노 시티의 공항이란, 꽤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늘 사람으로 붐벼 쥬다이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끔 길을 헤매 미리 마중 나가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쯤이면 핸드폰이 울리고, 쥬다이 란 이름이 화면에 뜨곤 한다.
받고 나면 서로의 위치를 말하곤 아무 일 없듯 중간쯤에서 만난다.
이것이 두 사람의 연애방식이다.


"이거 받아."
테이크아웃으로 산 차가운 아이스티와 공원의 공기가, 손에서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너무나도 차가운 공기가 손을 감쌀 때쯤, 쥬다이가 가방 속에서 무언갈 꺼내 선물이라며 웃으며 건네주었다.
아주 작은, 작지만 소중한, 펜던트였다.

"펜던트..?"
"다들 하나씩 사더라. 아스카 네 생각이 나서 말이야. 이것 봐! 커플이다!"
쥬다이가 짠! 하면서 모양이 같은 또 다른 펜던트를 꺼냈다.
"..... 고마워 예쁘다...."
기뻐해야 하는데,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늘 이런 연애방식, 늘 이런 한 사람의 얘기만 들어야 하는 연애방식. 아스카는 이제 지쳤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별을 고하고자 만난 것이었다.
우리가 사랑하긴 했을까, 그전에 쥬다이 너는 날 사랑하긴 할까.
우리가 만난 지 수개월의 길고 긴 시간이 흘렀지만, 쥬다이를 만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좋게 말하면 늘 연애 초기 같은 만남이겠지만,
안 좋게 말하면 이젠 모든 것이 지쳐버린 아무 감정 없는 만남인 것이다.


"이런 거 싫어해..?"
쥬다이가 놀란 듯 마시던 커피를 옆에 내려두고 아스카를 쳐다봤다.
아스카의 슬픈 표정을 본 것인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니 전혀 아냐!! 너무 기뻐서 그래!! 정말 고마워 쥬다이!!"
소중하게 간직할게―라는 말이 차마 목구멍에서 나오질 않는다.

우리가 예전이었으면, 사랑하기 시작했을 쯤이었다면, 이렇게나 슬펐을까.

차갑디 차가운 아이스티는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내뿜고 있었다.
공원은 한가로이 지나가는 새들이나, 가끔씩 지나가는 자전거나 어린아이들 뿐이었다.
날씨는 또 어찌나 더운지. 바람은 조금씩 불다가도 금세 멈추어, 땀이 날 지경이었다.

"덥네... 이럴 거면 카페 안이라도 들어갈걸."
"그래도 난 아스카랑 단 둘이 오랜만에 이렇게 있는 것도 좋은걸."
오랜만에-라는 말이 비수를 꽂는다. 쥬다이 네가 더 이상 여행 따위 다니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고통스럽게 고민할 필요도, 마음을 정리할 필요조차 없었을 텐데.


아스카가 힘들어했을 때 쥬다이는 늘 휴대폰 화면 너머 있었다.
늘 힘들어 눈물을 흘릴 때, 쥬다이는 지구 어딘가에서 들리지도 않을 아스카에 대한 사랑을 외치고 있었다.
보고 싶은 건, 이런 가끔가다 보는 얼굴이 아니라, 늘 가까이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쥬다이가 곁에 있어서 기쁘다는 말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쥬다이.."
"왜... 왜 그래 갑자기 분위기 잡고.."

다 마신 컵을 보며 아스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안, 이제 더는 힘들어."
"무슨..."
"... 그만하자, 이제."

쥬다이가 들고 있던 컵을 떨어트렸다. 컵이 떨어지며 컵 속의 얼음도 떨어져 흐트러졌다.

"내가 자주 여행 다녀서 그래? 그런 거라면 이제.."
"이제 지쳤어, 지쳤어 이런 연애."
"아스카....."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우린 상관없는 관계야. 그동안 고마웠어"

받은 펜던트를 벤치에 놓아두고 일어났다.

상관없는 관계가 되었다. 상관없는 사람이 되었다.
상관없을 그 얼굴을, 두 번 다시 보기 미안해졌다.

아스카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공원 밖을 나가려 했다.

"아스카, 이건 가져가."
쥬다이가 펜던트를 아스카 손에 쥐어주었다.
"이제 상관없는 관계지만, 이건 마지막으로 주는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해두자."
".... 그러자, 고마워. 갈게."

아스카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틱 컵 속 마시고 남은 얼음은 서서히 햇빛을 받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스카도 끝내 쥬다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그대로 공원을 빠져나왔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펜던트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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