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아스] 망상
2018. 6. 1. 01:58
네가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세계는 예쁜 색으로 물들어 간다.
-
꿈을 꾸었다.
꿈에서 네가 웃고 있었다. 왜인지 슬픈 눈이었다.
나는 그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네가 연기가 되어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놀라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나의 세계가, 너로 인해 만들어진 세계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듯 느껴지는 기분 나쁜 꿈이었다-
-
"여보세요?"
"아스카? 오랜만이야"
"쥬다이?!"
휴대폰 넘어 아스카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얼마만의 전화일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
"오랜만이야. 잘 지내?"
"응... 쥬다이 어디야?"
"글쎄... 어딘지 모르겠네"
"어딘지 모를 곳을 다닌다는 거야?!"
휴대폰 넘어 아스카의 화내는 소리가 들렸다.
쥬다이는 잠시 귀에서 핸드폰을 뗀 후, 다시 갖다 대었다.
"에헤헤 미안"
"......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이야?"
"그냥, 잘 지내나 궁금해서"
어제 꾸었던 꿈이 너무나도 생생했기에, 쥬다이는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나야... 잘 지내지."
새삼스럽게 웬일이냐는 듯 아스카는 웃으며 대답했다.
쥬다이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듯했다.
그리고, 이 안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졌다.
"저기, 아스카.."
"아, 미안 쥬다이. 지금 좀 바빠서... 다음에 또 연락하자"
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쥬다이는 끊어진 전화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쓸쓸한 듯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었다.
-
또다시 꿈을 꾸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밝고 예쁜 색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보였다.
그곳에 네가 웃으며 서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라고 말하려 했다.
그 순간 너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네가 사라진 세계엔 어둠만이 남아있었다.
-
쥬다이는 또다시 놀라 잠에서 깨었다.
꿈에서 나온 아스카가,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숨만 헐떡였다.
왠지 모르게, 슬픈 꿈이었다는 것만 알 것 같았다.
창문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아직 날이 밝을 때는 아닐 터인데.
쥬다이는 창문을 열었다.
"오로라.."
오로라였다. 마치 큰 베일처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게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오로라의 빛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쥬다이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무의식적으로 아스카에게 사진을 보내려 하던 순간, 흠칫하며 멈췄다.
"꿈에서 나온 색과 같은 색.."
오로라의 색이 저마다 색을 바꾸며 출렁이고 있었다.
마치 꿈에서 나온 색과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이 예쁜 빛을, 아스카와 보고 싶어 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왠지 아스카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꿈에서 꾼 모든 것들은, 쥬다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망상의 세계였음을.
그 세계를 공유하고 싶었던 건, 아스카였음을.
이 감정은 마치-
"나.. 아스카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짝사랑이었음을.
쥬다이는 모든 것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좋아하는 아스카와 같이 있고 싶지만 우정이란 이름의 관계가 흐트러질까, 무서웠다.
이 세계를 공유할 수 없음을,
이 감정을 전할 수 없음을.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 생각되니 슬퍼졌다.
오로라는 여전히 밝게 빛나며 춤추고 있는데,
쥬다이의 세계는, 쥬다이 혼자 만들어낸 망상의 세계는, 이제 사라졌다.
쥬다이는 결국,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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