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아스] 떠나다
2018. 6. 1. 01:59
나는 여행을 떠났지만,
너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그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텐죠인 군!!"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오랜만에 아스카의 집에 모여 즐거운 한 때였다.
한창 떠들고 있을 때쯤, 아스카가 돌연 쓰러졌다.
만죠메가 제일 먼저 발견했고, 우리는 서둘러 구급차를 불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응급실이었다.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괜찮다는 의사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보호자가 있냐는 말에 후부키를 떠올렸지만, 그는 지금 일이 생겨 급히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계셨는지, 아스카에게 들은 적이 없었다.
"지금 당장 보호자는 없지만, 제가 대신 곁에 있겠습니다"
서로 어떻게 할까 눈치를 보다 쥬다이가 입을 열었다.
소중한 동료를 혼자 둘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 아스카를 걱정하다 돌아갔지만, 쥬다이는 혼자 남아 병상에 누워있는 아스카를 지켜보았다.
"후부키 씨한테 말해야 할까.."
쥬다이는 머뭇거리다 후부키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휴대폰 넘어 후부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이내 곧 돌아오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전화를 끊고 아스카를 봤다.
"아스카.."
쥬다이는 잠시 병실을 빠져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곤, 한 모금 내뿜었다.
아스카가 신경 쓰였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마 꽤 오래전 듀얼 아카데미아 때부터 인 것 같다.
이런 감정을, 쥬다이는 그저 동료애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스카가 깨어나 있었다.
쥬다이가 그대로 아스카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던걸, 아스카가 깨웠던 것이다.
"아스카 일어났어?"
"쥬다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아스카에게, 쥬다이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피곤해서 쓰러졌었나 봐, 요즘 일이 바빠졌었거든."
라며 아스카가 웃었다.
"아.. 으응.."
쥬다이는 아스카의 웃는 얼굴이, 처음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스카가 일어났으니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정밀검사를 받는 동안, 쥬다이는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걱정했지만, 별 일 없을 것이라 믿었다.
정밀검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도중, 후부키가 헐레벌떡 뛰어와 쥬다이를 붙잡고 아스카를 찾았다.
"아스카는 아직 검사 중이에요."
"우리 아스카.. 별일 없겠지? 그렇겠지?"
후부키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아스카는 강하잖아요."
쥬다이는 후부키를 진정시켰다.
검사가 끝났다.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왔고, 이내 후부키가 '제가 보호자입니다. 제 동생입니다'라며 결과를 물었다.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후부키를 데리고 갔다.
잠시 후, 후부키가 심각한 얼굴로 나왔다.
"후부키 씨..?"
"쥬다이.."
후부키의 얼굴은, 그야말로 정말 절망적이었다.
"네?"
희귀병이랜다. 병명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몸속의 종양이, 점점 퍼지고 있었다고 한다.
아플 만도 했는데 이렇게까지 버틴 건 대단하다고 하더란다.
쥬다이의 얼굴도, 절망적이었다.
"오빠! 쥬다이! 나 뭐래?"
병실로 돌아오니 아스카가 아무렇지 않은 듯 태평한 얼굴로 후부키와 쥬다이를 쳐다봤다.
"별거 아니래. 그냥 피곤해서래. 우리 아스카 그렇게 무리하지 말랬지!"
후부키가 애써 흘러넘치려는 슬픔을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
그다음 날 퇴원했다.
퇴원 때는 만죠메나 쇼, 그 날 있었던 모두들 와서 퇴원을 도와줬다.
"쥬다이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라며 아스카가 웃으며 말했다.
쥬다이는 아스카의 웃는 얼굴이, 이렇게까지 신경 쓰였던 적이 없었다.
왜인지 신경이 쓰여 쥬다이는 당분간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후부키도 모든 일을 취소하고 아스카의 집에서 있기로 했다.
쥬다이는 매일같이 아스카의 집에 들렀다.
"쥬다이 매일 오는 게 꼭 우리 가족 같아"
"그럼 오지 마?"
"아니 매일 와줘"
아스카는 매번 와줘서 고맙다며, 쥬다이의 손을 잡았다.
아스카의 손이 희고 가늘었다는 걸, 쥬다이는 처음 알았다.
아스카는 점점 야위어 갔다.
요즘 다이어트하는 것도 아닌데 살이 빠진다며 아스카는 걱정했지만, 쥬다이는 차마 희귀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결국 아스카는 피를 토하고,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쥬다이는 병실에 누워 있는 아스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지만 아스카를 보며 참아왔다.
시간이 지나자 아스카의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화를 내다가도 갑자기 슬퍼하며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다시 웃기도 했다.
변해버린 아스카가 당황스러웠지만, 쥬다이는 왠지 그 마저 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동료니까, 동료가 아프니까.
쥬다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이상했지만.
"쥬다이!!"
후부키가 급히 쥬다이를 찾았다.
병원 문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 후부키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아스카의 병실로 뛰어갔다.
아스카는 피를 토하고 있었다.
후부키는 울며 휘청거리는 아스카를 붙잡았다.
쥬다이는 서둘러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도착했을 땐, 아스카의 의식이 흐려져 있었다.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후부키는 오열하기 시작했고, 쥬다이는 고개를 돌렸다.
"나... 이제 끝인가 봐.."
"아냐, 아스카 멀쩡 하대"
"나.. 아픈 거.. 알고 있어..."
아스카가 겨우 힘을 내며 말했다.
쥬다이의 표정은 처음으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쥬다이랑.. 마지막까지.. 같이 있어서.. 다행이야"
고맙다며 또다시 웃었다.
쥬다이는 아스카의 손을 잡았다.
아스카가 신경 쓰였던 건, 웃는 게 예뻐 보였던 건, 아스카가 좋아서였다.
쥬다이가 이 감정이 '짝사랑'임을 깨달은 순간엔, 이미 아스카는 많이 아파 있었다.
"아스카, 할 말이 있는데.. 나.."
잡고 있던 손을 더 꽉 잡았다
"나는 널 좋아.."
그 순간이었다. 아스카가 눈을 감았다.
잡은 손의 힘이 점점 풀려갔다.
아스카는 그렇게, 쥬다이의 고백도 듣지 못한 채 머나먼 여행을 떠나버렸다.
아스카의 장례가 치러졌다. 모두 비통한 얼굴로 아스카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쥬다이는 아스카가 정말 떠나버렸음을 실감하고 오열했다.
언제부터일까, 좋아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처음부터일까.
웃는 얼굴, 손짓, 말투 모두 사랑스러웠었다.
뒤늦게 깨달았을 땐 아스카는 이미 곁에 없었다.
사랑한다고 빨리 깨닫고 말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쥬다이는 비참한 마음에 더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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