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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긴 시간, 우리는 길고 뜨겁게 사랑했었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떠난 그 자리엔 다 녹은 얼음과 같은 차가움만 남아 있다-


"잘 지내"
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던, 쥬다이의 마지막 모습은 이윽고 카페의 종소리와 함께, 카페 창밖의 떨어지는 낙엽들과 함께 천천히 사라졌다.

아스카는 다 마신 커피잔의 얼음을 생각 없이 휘저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마음속 깊이 울려 퍼졌다.

아까까진 가득 차 있었는데,
우린 예전엔 뜨거웠는데.


왜 지금은 차가운 얼음처럼 식어버린 걸까-


먼저 떠나버린 쥬다이의 자리를 멍하니 쳐다봤다.
우린 진짜 끝인 걸까-


얼마나 지났을까, 얼음은 다 녹아 물이 되었다.
아스카는 카페를 나갔다.


길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날씨는 제법 쌀쌀 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맘때쯤, 쥬다이는 아스카에게 외투를 걸쳐주곤 했다.
서로 추울 것이라며 꼭 붙어 있곤 했었다.


이젠 그럴 사람도 없어-


게임센터에서 나오는 커플들이 보인다.
선물을 주고 싶다며, 쥬다이는 게임센터에서 인형을 뽑아준 적이 있다.
이젠 그 인형조차 추억이 되겠지-


낙엽의 바스락 소리와 함께 하염없이 길을 걸었더니, 이내 집 앞에 도착해 버렸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안엔 쥬다이의 흔적이 가득했다.

괜찮은 척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스카는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

긴 시간 뜨겁게 사랑해 왔던 흔적들이 한순간에 식어 이별을 맞이했다.
괜찮은 척 참고 오늘 걸어왔던 모든 길도, 추억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 집은 괜찮은 척할 수 없었다.
지나온 추억들은 괜찮은 척할 수 없었다.

아스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저 참지 않고 내버려둘 뿐이었다.

이젠 괜찮은 척해봤자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이젠 괜찮아야 하는데, 언제쯤이면 잊을 수 있을까.

아스카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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