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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시 리오 앞에 나타나지 마라!”

료가의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녀를 상처 입힌 사실이니까.

“미안하다..”

내뱉을 있는 말은 이것뿐. 이상의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조용히 그녀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 씁쓸하게 돌아갔다.

 

-

 

IV 리오가 잠들어 있는 병원을 나왔다.

리오에 대한 죄책감이 수없이 밀려들어왔다. 사과해봤자 늦었을까-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병실 앞에서 문전박대 당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죄를 지은 사실이니까.

‘나도 뻔뻔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씁쓸하게 병원을 나와 무작정 길을 걸었다.

리오와 함께 걸었던 길들이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행복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날의 일들-

 

 

그날은, 리오와 처음으로 싸운 날이었다.

우린 분명 좋은 인연이었을 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 사귀며 화내는 모습 한번 없었다. IV 역시 화내지 않았다. 그저 리오는 착하고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있을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난 IV 그런 모습이 이제 질려요!”

얼어붙은 말투가, 목소리가, 움찔거리게 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울컥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소릴 쳤다.

“내가 어쨌는데!”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하죠! 그만 내려줘요. 혼자 있고 싶어.”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렸다. 갓길에 세워주려고 했다. 당분간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뒤에 그런 말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할 시간을 갖다가 헤어질까 , IV 두려웠다.

아마 이런 두려움이, 리오에겐 불편함으로 다가갔겠지.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이 왔을 거라-

두려워하지 , 결국 후회는 돌이킬 없는 과거가 되었다.

 

 

도로에 차들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을 변경하려, 그렇게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느닷없이 대와 부딪혔다. 앞의 유리는 깨져있었다. 이마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리오는 의식을 잃은 쓰러져 있었다.

 

 

그날 싸우지 않았더라면, 우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IV 자신의 잘못으로 리오가 잘못된 거라 생각했다.

병원으로 실려간 리오의 모습이 마지막이 되었다-

 

 

점점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날은 저리 밝은데, 지나가는 사람들도 저리 밝은데, 그날 사고 났던 도로조차 저리 평화로운데.

IV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올려 주변을 보았다.

 

리오랑 같이 갔던 가게, 리오가 좋아하던 카페, 리오가 좋아하던 인형가게-

 

“리오…”

그날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머리를 싸매며 이건 꿈이라고, 그렇게 되새겨봐도 머릿속은 현실이라며 생생하게 그날을 생각나게 했다.

 

 

IV 머리를 싸매며 정신없이 걸었다.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지 사람들은 IV 쳐다보며 수군거렸지만, IV에겐 그런 따위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리오를 향한 생각뿐이었다. 식은땀이 흘렀고, 눈에선 없을 눈물이 없이 흘러내렸다.

“리오 리오 …”

차라리 리오가 깨어나면 잊어줬으면- 훗날 자신을 보게 되면 자신을 모르는 다른 사람과 행복했으면-

IV 그렇게 생각하며 힘겹게 발자국씩 발길을 옮기다 주저앉았다.

 

 

눈물은 계속해서 넘치듯 흘러내려, 손을 가득 적셨다.

입에선 흐느끼는듯한 소리가 나왔고, 다시 일어서려고 발은 부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리가 풀려버린 일어날 없었다.

 

리오리오가 보고 싶어…”

라며 조그만 소리로 외쳐보지만 이미 리오와의 관계는 끝난 뒤였다.

 

 

IV 숨죽여 흐느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