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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카미시오.."
기분 나쁜 병원의 특유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오셨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는 천천히 몸을 세워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이내 미안한 듯 쓴웃음을 짓고는 포기한 듯 누워버렸다.

"그냥 누워있어. 오늘은 아무도 없지?"
"네. 늘 아무도 없을 때 오시네요, IV."
"그... 그게 괜히 네 오빠나 걸리면 복잡하고 귀찮아 진단 말이야.."
그녀는 풉-하고 웃었다.
"매번 이렇게 와주셔서 고마워요."
그녀는, 그가 왜 매번 그녀의 병실에 들리는지 이유를 모른다.
진실을 알면 그녀는 그를 피할까-.. 어떤 눈빛으로 그를 쳐다볼까-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건 IV라고 불리는 그 때문이었다.
그날 그 듀얼로, 그런 사고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그는 죄책감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면 그녀의 병실에 나타나 이따금 놀아주곤 한다.

"저기 카미시오 리오..."
"네..?"
"네 오빠나....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 얘기 안했.. 지.. 진짜로..?"
하면 큰일 나니까. 네 오빠와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물론이죠. IV가 직접 말한다고 해서 안 했는걸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를 보니 죄책감이 또다시 밀려온다.
내 듀얼만 아니었어도, 그 예쁜 눈을 다치게 할 일은 없었을 텐데-


***

시간이 흘러 병원 밖을 나왔다.
그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죄책감에 찾아간 병실이지만 그것이 '좋아함'으로 변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점 찾아가면 안 될 병실이지만 그녀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그 빛나는 눈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 눈을 보고 사랑한다 외치고 싶었다.

그렇게 죄를 숨기고 사랑한다 외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현실은 불가능 하단 걸 얼굴의 흉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눈을 잠시 감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