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하게 IV는 옷장을 열어 고민하더니 아무거나 꺼내 입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옷이네요 IV형님”
“그…. 시끄러워”
III의 대답엔 대충 대답하곤, 거울 앞에 선 IV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
하얀 셔츠, 약간 어색한 청바지. 어색한 구두. 밸런스 아웃이다.
얼굴은 영락없는 IV의 얼굴이지만 왜인지 어색한 표정이었다.
하트랜드 광장 분수대 앞, 여전히 어색하게 서 있는 IV였다.
“왜 늦는 거야, 이 몸을 기다리게 하다니”
근처에 작은 꽃집이 보였고, 꽃이라도 사서 기다려 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데이트란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 IV는 잠시 망설였다.
“하여간 그 녀석……. 안녕하세요, 장미꽃 한 송이 부탁드립니다.”
잘 봐둬라, 최고의 팬 서비스다. 나중에 받고 감동의 눈물이 나 흘리지 말아라.
정신 차리고 보니 손에 들린 건 장미꽃 한 송이, 어색하게 서 있는 자기 자신, 흘러가는 시간과 자신을 향해 소리 지르며 꺅꺅 거리는 팬들. 팬 서비스 랍사 자연스럽게 웃으며 흔들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이었다.
“좋은 하루 보내요”
“꺅-IV가 인사해줬어”
“누굴 보고 그러는 거예요?”
“아 깜짝이야”
평소처럼 세일러복 차림의, 푸른빛의 머리를 한 소녀가 살짝 질투하듯 말을 걸어왔다.
“너 카미시로, 왜 늦었냐”
“죄송해요, 료가 몰래 오느라..”
“일찍 일찍 다니라고, 자 이거나 받아.”
어색하게 준비했던 장미꽃을 줬다. 이걸로 감동받을 거….라고 생각한 게 바보일까.
“아, 감사합니다.. 예쁘네요..”
“그게 끝이냐?”
“그럼 뭘 해드려야 하나요?”
“더 뭐 없냔 말이야. 감동을 받는다거나..”
“아…. 아니요…. 그런 옛날식 느낌은 별로네요”
“그러냐.”
실패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하트랜드 광장을 한 바퀴 두 바퀴 돌았다.
“저기요, IV는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인가요?”
“어어어 엉? 아니 아니 저기 이런 데이트는 처음이라…”
그 당황한 표정에 리오가 풋- 하고 웃었다.
“어쨌든, 너 눈은 괜찮냐?”
하고 리오의 눈을 봤다. 눈이 참 예쁜 사람이었구나ㅡ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때 그 사건이 없었다면, 내 눈의 상처도, 지금 이러고 있지도…아니 아니 이건 아니지..
“저는 이제 괜찮아요. IV는 눈 상처가 평생 가겠네요. 저런..”
“난 괜찮아”
웃었다. 늘 누구에게 하듯이. 팬 서비스처럼.
“카미시로,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아니요, 전 여기 앉아서 IV랑 대화하는 게 좋아요”
분수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날아다니는 비둘기, 청소하는 로봇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잠이 온다.
이 여자, 이런 게 재미있단 말인가. 바보 같군.
“IV, 절 어떻게 생각해요?”
“갑자기 무슨 질문이 그래? 넌 그냥 료가 동생..”
“좋아해요.”
“뭐? 너 그거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소리냐?”
“네.”
“하…………..”
오늘 처음 만났다. 그것도 그 사건으로 최고의 팬 서비스를 해준 답사.
내 팬도 아닌 여자에게 미안함을 담아 ‘데이트’라는 명목으로 같이 있어줬을 뿐이다.
언제부터 이 여자는 내 팬 이상이 된 것일까.
“카미시로, 너 언제부터..”
“사건 전에 만났을 때부터요”
알기 어려운 여자다. 4차원이라면 이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일까.
“있잖아, 잘 들어. 나는 너한테 좋은 남자가 될 리도 없고….. 나도 너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럼 저희, 친구부터 하죠.”
제멋대로네.라며 IV는 리오를 보고 웃었다.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난 니가 생각하는 좋은 남자가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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