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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른한 오후다.
창밖에 크게 심어놓은 단풍나무는 빨갛고 노랗게 단풍잎을 피우며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오후 빛 노을이 적당히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고 있는, 그런 나른한 오후이다.

"따뜻하니? 파라오."
흔들의자에서 책을 읽으며 아스카는 옆에서 꼬리를 말고 누워있는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은 야옹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네 주인은 언제 깨어날까.."
말하기 무섭게 2층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일어나 달려가 봤다.
역시나. 침대에서 떨어진 쥬다이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아스카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너는 참.."
"침대 바꾸자니까 자기. 이거 너무 높아"

신혼 기념으로 새로 산 소중한 침대이다. 물론 높다는 건 변명이다.

"무슨 꿈을 꾼 거야? 지금 오후인 건 알지?"
"궁금해?"
"........"
"왜 말이 없어? 궁금하다고 해줘"
"그래 궁금해 줄게."

읏챠-하며 쥬다이가 아스카를 들어 올려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내려줘-"
"우리 자기의 다리는 소중하니까."

다 내려오자 쥬다이는 아스카의 뺨에 뽀뽀를 한번 하고는 내려주었다.

"..... 커피? 우유?"
"음..... 카페라테?"
"그렇게 어려운 건 못해"
"그럼 우유 한잔 데워주세요!"
"알았어"

아스카는 부엌으로 들어가 우유를 준비해 데우기 시작했다.

"아, 아까 무슨 꿈 꿨는데?"
"아스카랑 여행하는 꿈."
"꿈에서도 여행하니? 넌 참..."
아스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때마침 알맞게 데워진 우유를 주며 아스카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떤 여행이었는데?"
"별다른 거 아니었어. 이런 따뜻한 오후였는데, 아스카랑 나랑 캐나다 가서 낙엽 놀이하고 있었어."
"낙엽놀이하려고 캐나다 갔어? 쥬다이다운 생각이다"

쥬다이는 웃으며 앉아있는 아스카의 무릎에 머리를 배게 삼아 갖다 대었다.

"우유는 다 마셨어?"
"아니요 아직이요-"

아스카는 웃으며 쥬다이의 앞머리를 쓰다듬는다.

"단풍 졌어 쥬다이. 날씨도 따뜻해."
"아아, 정말이네. 이대로 아스카랑 있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해."
"나도."

아스카는 쥬다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방금 뭐야?"
"뽀뽀."
"나도 할래"
"유치하게 이럴래?"
"사랑은 유치한 거랬어."

쥬다이가 일어나서 아스카에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나도.."


나른한 오후, 단풍은 떨어져 가고 집 안은 사랑의 온기와 가을의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다.